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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꽃다발

암미에는 필리핀 그룹을 인도하는 필리핀 출신의 목사님이 있다. 코로나 이후로 요즘은 찬양사역까지 전적으로 맡고 있어 아주 귀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목사님이 지난 주일에 설교를 하고 마칠 무렵, 갑자기 나를 앞으로 나오게 하더니 준비한 꽃다발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이유인즉 10월은 필리핀이나 미국에서 영적 지도자인 목사를 생각하며 감사하는 달(The month of appreciation for the pastors)이라는 것이다. 꽃다발도 놀라운데 작은 케이크까지 준비했다.

그러고 보니 그 지난 토요일 사역자 모임에서 말씀을 나누다가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자기는 감사한 사람에게 써프라이즈를 만들어 놀라게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농담으로 “그동안 나는 아무 써프라이즈를 보지 못했는데..” 하니까 웃으면서 ‘아직 오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난주일 아침 예배 설교중에 우리가 성령충만해서 어떤 상황에도 감사의 삶을 살아야 한다며 암미에서는 나와 행정사역자, 그리고 찬양 팀에 감사해야 한다며 박수를 치게 하더니 오후 예배에서는 그렇게 써프라이즈를 만든 모양이다.   

오랫동안 필리핀인들과 함께 해왔지만 이런 일은 또 처음인지라 순간적으로 다시금 문화차이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 정성이 감동되기에 주일 밤에 카톡 문자로 짧은 감사메시지를 보냈더니 특이한 내용의 답이 왔다. 10월이 목사들에게 감사하는 달로 정확하게는 10월 10일이라며 심지어 남미 페루에도 있는데 왜 교회가 많은 한국에 이런 날이 없는지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잠시 상념에 잠겨보았다.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와 세계선교에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가! 그래도 목사들에게 감사하는 날이 없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에 기독교 문화가 성숙하게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일까? 요즘 한창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는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그리스도인들과 목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안타까운데 정말 우리 사회가 교회를 보는 눈이 그 정도로 부정적인 것일까? 그 어느 종교보다 교회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한편으로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은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한류가 점차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시대 선교를 위해 특별히 한국교회를 준비시키시는 것 같다. 한국어 붐만 봐도 그렇다. 전에는 영어 시대로 미국, 영국, 호주 선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치며 거기다 초코렛과 커피를 나눠주는 선교였다면,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나가고 동남아에 한국어 공부 붐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선교사 후보는 몇 년 전 네팔에 단기선교를 갔다가 대학에서 한국어를 한 해 가르쳤다고 하던데 그런 정도는 아무 특기사항이 아니다. 2003년에 벌써 105개국에 1,368개의 한국어 학원이 있었다. 그 후로는 더 많아져서 이제 세계 107개국에 1,407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생길 정도이다. 이주민선교 사역자 기도회에 강사로 나온 한 선교사는 중국 베이징 한 개 도시에만도 6-7개 대학에 한국어과가 있고, 힌디어와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는 한국어를 제 2외국어로 택했다는 놀라운 뉴스를 전해주었다.      

코로나 상황으로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게 되고, 수많은 선교사들이 귀국을 하는 등 사역자들이 매우 어려움에 처해있어 마음 아프던 차에 기독교가 오래 자리를 잡은 외국에는 목사들에게 감사하는 날이 있다는 말이 새롭게 와 닿고 있다. 더구나  여기 한국에는 없는 목사의 날에 뜻하지 않게 내가 감사의 꽃다발을 받은 것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의 폭풍이 지나가고 한국교회가 거룩한 선교적 교회의 모습으로 다시 일어날 때, 굳이 ‘목사를 위한 감사의 날’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교회와 목사를 고마워하는 풍토가 생기지 않을까?